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 관련해 현장 점검을 정식 검사로 전환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전반의 장부 관리와 자산 보관 기준이 재검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빗썸에 검사 착수를 사전 통지하고, 이날부터 본격적인 검사에 돌입했다.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 7일 현장 점검에 나선 지 사흘 만에 검사 단계로 격상한 것이다.
금감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검사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예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사의 핵심은 빗썸이 실제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를 훨씬 웃도는 물량이 지급된 경위다. 빗썸을 비롯한 중앙화 거래소(CEX)는 고객이 입금한 가상자산을 자체 지갑에 보관하고, 거래 시마다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지 않고 장부상 잔고만 조정하는 이른바 '장부 거래'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빗썸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약 4만2000개로, 이 중 회사 자체 보유분은 175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고객이 위탁한 물량이다. 현재는 이보다 늘어난 약 4만6000개 수준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실제 보유량의 13~14배에 해당하는 62만개가 지급된 점을 중대한 문제로 보고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위탁받은 가상자산과 동일한 종류·수량의 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 전체의 신뢰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며 "오지급된 62만개의 비트코인이 동시에 실제 인출이 가능한 구조였는지도 검사 과정에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빗썸의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도 점검할 방침이다. 실무자 1명의 조작으로 대규모 코인 지급이 가능했던 시스템상 취약점을 비롯해, 장부상 수량과 실제 보유 잔액을 상시 대조·점검하는 모니터링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주요 점검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검사 결과를 가상자산 관련 2단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제도 보완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령 코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은 어렵다"며 "검사 결과를 토대로 2단계 입법에서 강력한 보완 과제가 도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미비가 드러난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소유 지분을 15~20%로 제한하자는 논의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